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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강과 돌’ 이형석·윤인권·김가인

    패션·F&B 브랜딩에 주력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강과 돌(River and Rock)’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5월 31일

    스튜디오 ‘강과 돌’ 이형석·윤인권·김가인

    [강과 돌]은 이형석·윤인권·김가인 세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강과 돌]의 ‘강’과 ‘돌’의 함의는 은유적이라기보다 지극히 직유적이다. [강과 돌]은 ‘강처럼 유연하게 돌처럼 단단하게(FLUID AS A RIVER, YET HARD AS A ROCK)’ 작업하고 소통하는 스튜디오를 표방한 명명이다.
    
    이형석·윤인권·김가인 세 디자이너도 [강과 돌]답다. 속말을 돌려 말하거나 속뜻을 대화 사이사이 엄폐해놓는 화법을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다. [강과 돌]이, 그리고 세 사람이 A를 언급할 때 그것은 B나 C를 내포한 게 아니고 곧이곧대로의 A 자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직관적 혹은 직설적 경향이 이들의 디자인 작업물에도 얼마간 묻어나는 것 같다. 브랜딩을 예로 들면, 비유나 상징을 절제한 채로 해당 브랜드의 이름(BI)과 메시지, 분위기를 보는 이에게 즉각적으로 인지시키는 유형인 것이다.
    
    2019년 오픈한 [강과 돌]의 작업 영역은 여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다양’하다. 아트 디렉션, 아이덴티티, 인테리어 그래픽, 인쇄물, 웹 등 다분야 카테고리를 소화한다. 일단은 이렇듯 무난한 바탕색 위에 타 스튜디오들과 차별화할 특색을 더해 가는 것인데, 그것은 패션과 에프앤비(F&B, Food & Beverage) 분야 브랜딩이다.
    
    [강과 돌] 웹 사이트는 “화면 중앙에는 강이 가로지르고, 하루에 하나씩 돌이 쌓입니다.”라는 소개문 그대로의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사이트 관리가 소홀할수록 메인 페이지에 돌덩이들이 쌓이고 강의 수면(화면 중앙선)은 수심을 더해 가는 식이다. 메인 페이지의 포트폴리오 섬네일 군데군데 돌덩이들이 산재해 있다는 건, 그 수만큼의 나날 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다는 의미다.
    
    꽤나 투명하고(강처럼) 투박한(돌처럼) 운영 방식이다, 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는 생각했다. 실제로 사이트에도 “꾸준히 작업물을 올리지 않거나 일일이 관리를 하지 않을 시, 그대로 돌무덤이 되어 버리거나 물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게시되어 있기도 하다.
    
    돌 위에서 커서는 망치 모양으로 바뀌는데, 마우스 버튼을 서너 번 누르면 돌이 깨진다. 한참을 ‘망치질’에 열중하고 나서야(중독성이 상당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를 제안했고, 그렇게 강물과 돌들 너머의 [강과 돌]을 만나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 [강과 돌] 사이트 / RiverAndRock.kr

    인터뷰 전에는 보통 ‘인물 학습’과 ‘스튜디오 학습’을 합니다. 인터뷰어의 활동과 활약상, 작업관 내지는 세계관, 기존의 인터뷰 등등을 차근차근 예습하는 시간입니다. 스튜디오 [강과 돌] 이형석·윤인권·김가인 세 분에 대해서도 그런 시간을 가졌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학습량을 충분히 채우진 못했습니다. [강과 돌]과 세 디자이너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았어요. 혹시나 엉뚱한 질문을 드리게 될까 봐 걱정이 됩니다.(웃음)
    혹시, 세 분 모두 [강과 돌]을 ‘겸업’하시나요? 직장에 다닌다거나 개별적으로 외주 작업을 한다거나 혹은 개인 사업을 한다거나 하며 [강과 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라고 저는 학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과 돌] 사이트를 보니 엄연히 스튜디오 주소가 기재돼 있더군요. 어쩌면 올바른 학습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겸업 혹은 부업을 물리적 공간까지 두면서 하기란 어려울 텐데, ··· 하고 생각하며 전전긍긍했어요.
    그래서 첫 질문을 이렇게 드려보려고 합니다. [강과 돌]에 대해, 이형석·윤인권·김가인 세 디자이너에 대해 직접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형석
    안녕하세요. 이형석 디자이너입니다. [강과 돌]은 그래픽 디자인을 베이스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메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학교 졸업 후 5년 여간 신세계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한 오랜 동경과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여름에 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1인 스튜디오로 활동을 하다가 2020년 윤인권 디자이너와 2021년 김가인 디자이너가 합류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입니다.

    윤인권
    [강과 돌]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메인으로, 프린트, 디지털 환경, 어플리케이션까지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겸업은 아니고 제 본업입니다.(웃음) 저는 뉴욕 펜타그램(Pentagram)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5년간 근무를 하고, 이형석 디자이너가 먼저 독립 스튜디오로 진행하고 있던 [강과 돌]에 2020년 여름에 합류하였습니다.

    김가인
    안녕하세요. [강과 돌] 김가인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저는 기존에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강과 돌]과 일러스트 외주 작업을 진행하다가 작년 초쯤 스튜디오에 합류했어요. 내향인이고요.(웃음) 제게 이곳은 도전이면서 설레는 곳이에요. 대부분 모든 것들이 처음 하는 것들이고, 처음은 다 설레잖아요. 부딛히면서 요리조리 박아가면서 뚫어내면서 디자인하고 있어요.

    최근에 한 독립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를 인터뷰했었는데요. 1인 스튜디오였고, 대표자는 따로 본업이 있어서 본명과 얼굴 노출을 자제하는 방침을 엄수했습니다. 실제 스튜디오 운영 방식도 그러했고요. 이름 없이 얼굴 없이, 오로지 작업물만 드러나는 형태였습니다. 본업에 영향이 미치지 않기 위한 목적(이를테면 ‘업무 외 활동 규제’ 같은 사칙 준수)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작업자가 노출됐을 때 그 사람의 이미지와 스토리가 작업에도 전이되는 것을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인터뷰이는 설명하더군요.
    [강과 돌]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저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형석·윤인권·김가인 세 디자이너도 ‘작업자’와 ‘작업’을 퍽 엄격히 구분하려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스튜디오 구성원들의 모습이 [강과 돌] 사이에 감춰져 있는 듯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만의 느낌에 불과합니다.(웃음)

    이형석
    어떤 의도가 있어서 ‘작업자’와 ‘작업’을 구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저는 제가 동경하는 여느 디자이너들처럼 ‘작업자’와 ‘작업’이 함께 비춰지길 바랍니다. 어떤 작업을 보면 디자이너의 모습과 애티튜드가 떠오르고, 또 어떤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보면 그분들의 작업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스튜디오의 환경이 계속 바뀌고, 새로운 문제들을 마주하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스스로와 스튜디오, 포트폴리오 등을 잘 관리하지 못하며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저희 개개인의 모습과 스튜디오와 작업 모두가 잘 노출되길 희망합니다.

    윤인권
    의도를 한 건 아니었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비춰진 것 같습니다. 성격도 좀 그런 것 같고···.

    [강과 돌] 대표 작업(Selected Projects)으로 ‘오르오르(oror)’와 ‘워크워크(workwork)’ 프로젝트가 선별돼 있던데요. 세부 과업은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두 프로젝트의 공통 키워드는 ‘패션’과 ‘브랜딩’입니다. 이 두 키워드를 [강과 돌] 디자인 영역의 메인 스트림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두 프로젝트를 대표 작업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형석
    스튜디오 시작 전부터 패션 분야의 브랜딩을 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 설립 전에 저 자신과 스튜디오를 대표할 프로젝트를 두세 가지 정도 만들어 놓으려고 했는데요. ‘오르오르’와 ‘워크워크’는 스튜디오 설립 당시 대표 작업이었고, 지금까지도 애착하는 프로젝트이자 브랜드입니다. 클라이언트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윤인권
    우선 모든 프로젝트는 전체 브랜딩을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패션·뷰티, 에프앤비 쪽을 많이 지향하고요. 소비자들과 유저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분야라 더 흥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국내에 이런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나 에이전시가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슈퍼막셰 커피 앤 델리’ 캐릭터 ‘슈막이’, 2021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기억해두었던 음식점 중 하나가 이태원 슈퍼막셰 바이 에피세리 꼴라주(Supermarché by Épicerie Collage, 이하 슈퍼막셰)입니다. 애견 동반이 가능한 곳이어서요. 폐점 소식을 듣고 대단히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슈퍼막셰 브랜딩을 [강과 돌]이 했다는 점, 그리고 2021년 슈퍼막셰 커피 앤 델리(Supermarché Coffe & Deli)로 리브랜딩 되었고 이 작업 또한 [강과 돌]이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020년에 무신사 테라스에서 이태원 슈퍼막셰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를 재현한 쇼룸이 열렸었죠.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관련 콘텐츠들을 유심히 찾아 봤습니다. 식당의 인테리어가 패션 상품들과 어색함 없이 조합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브랜딩 사례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강과 돌] 디자이너 세 분에게 직접 슈퍼막셰 브랜딩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엇을 의도했고 추구했는지,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이형석
    이태원 슈퍼막셰가 오픈할 당시, 아이덴티티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가격 라벨’을 심벌로 형상화하는 것이었어요. 이 심벌을 유닛으로 활용해서 어플리케이션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80여 가지가 넘는 메뉴들이 노출되어야 했기 때문에, 기존 슈퍼마켓 전단지 디자인을 모티프로 삼아 효율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브랜드 프랜차이즈화 이후에는 보다 간결하고 편안한 디자인으로 아이덴티티를 풀어냈고요.

    예전에는 패션, 에프앤비(F&B, Food and Beverage), 뷰티, 기타 브랜드들이 각각의 특정 아이덴티티를 가지려고 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F&B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처럼 풀리기도 하고, 패션 브랜드가 어느 록 밴드의 이미지로 풀리기도 합니다. 또 패션 브랜드들이 동일 산업군하고만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과 공동 기획 제품을 론칭하는 사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막셰라는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와 함께 풀려도 어색함이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윤인권
    우선 슈퍼막셰는 이형석 군이 오래전에 이미 브랜딩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2021년 슈퍼막셰가 프랜차이즈로 사업 변경을 하면서 기존의 많았던 메뉴들이 정리되었는데, 그에 맞춰서 저희가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시스템, 컬러팔레트 시스템, 레이아웃 등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운용되도록 체계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그리고, 본래 슈퍼막셰의 톤앤매너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슈막이’라는 캐릭터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스튜디오 ‘프라이데이투선데이’ CI 및 포스터, 2021

    포트폴리오 업데이트가 장기간 안 되면 메인 페이지에 계속 돌덩이들이 쌓이는 웹 사이트 구조가 재미있습니다. 일면 엄숙하기도 합니다. 해이해지는 순간 이곳은 돌무덤이 된다, 라는 비장한 각오가 시각적으로 엄습해 왔습니다. 앞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인 프로젝트들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형석
    웹 사이트는 현재 개편 중입니다.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드리겠다는 의도로 웹 사이트에도 농담처럼 몇몇 장치를 둔 것이었는데요. 지금은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아서 웹 사이트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입니다. 한때는 돌이 정말 많이 쌓여서, 하루에 하나씩 쌓이던 기능을 없애기도 했습니다.(웃음)

    지난 2년 여간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했고, 만족스러운 작업물들이 있지만 공개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웹 사이트 리뉴얼 오픈 이후 본격적인 인스타그램 운영과 함께 스튜디오의 활동을 자주 노출하려고 합니다.

    윤인권
    재미있는 웹 사이트지만 일반 방문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강과 돌] 웹 사이트 2.0을 준비해두기는 했습니다. 업데이트할 프로젝트들도 너무나 많고, 언제 오픈할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 하나를 미리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디자이너 박춘무 선생님의 패션 하우스 ‘데무(DÉMOO)’에서 신규 브랜드 ‘HAUS 072C’를 론칭했습니다. Blue, Raw, Incomplete 세 가지 콘셉트와 스포츠를 재해석한 브랜드예요. [강과 돌]은 이 브랜드를 위한 아이덴티티, 그 밖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작업을 했고요. 앞으로도 매 시즌마다 모든 ‘HAUS 072C’의 그래픽 작업물들을 제작합니다.

    [강과 돌]이 만들고 싶은 [강과 돌]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형석
    강처럼 돌처럼 오랜 세월 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바라던 모든 게 천천히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윤인권
    저희 스튜디오 슬로건인 ‘강처럼 유연하게 돌처럼 단단하게’, 그리고 거대한 바다로 흐르는 강처럼, 거대한 산을 지탱하는 돌처럼.

    김가인
    ‘매봉산 물길’요. 길을 터내서 흐르는 물길 같다고 할까요. 갈라져서 흐르기도, 길이 모여 큰 물길로 흐르기도, 길은 여러 갈래지만 한 방향으로 흐르는, 그런 물길의 모습이 [강과 돌]다움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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